11년을 함께한 마리를 보내고, 가족을 잃은 슬픔이 잘 해주지 못한 자책으로 이어져 하루하루가 숨이 막히도록 아팠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무기력했던 나날들.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 주차장에서 스스럼 없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땡그란 눈으로 상냥하게 인사를 하는듯 야옹!하며 다가오는 검은 고양이. 그 뒤로는 노란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어요.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그 길로 집에 들어와 냉장고에 있던 연어를 구워 가져다 주었습니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마리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다른 동물들에게 대신 갚아야겠다. 마리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2번씩 밥과 물을 챙겨주고 집도 지어주는 사이에 평생 고양이를 무섭다 생각했던 우리 가족들이 180도 바뀌었어요. 어느새 아이들에게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매일매일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고양이 상식을 교류하면서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사계절을 보내고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어미와 딸 둘 그리고 뱃속의 3마리까지 고양이 3대, 6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우리는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돌봐주던 동네고양이가 낳은 2달된 새끼 중 한 마리가 없어진지 1주일만에 초주검 상태로 다시 나타났어요. 고개를 덜덜덜 떨며 의식도 거의 없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아이를 붙잡고 병원치료를 하며 돌봐주었습니다. 마리의 마지막이 떠올라 이 아이도 떠나버릴 까봐 얼마나 마음조린 시간들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이 모습을 마리가 지켜보고 있던 걸까요? 손바닥만한 조그만 아이는 기적처럼 살아났습니다. 생사를 넘나든 후유증으로 소뇌가 손상되어 뒷다리 신경에 장애가 생겼지만 지금은 얼마나 튼튼하게 자랐는지 몰라요. 끝없는 체력에 사냥놀이 뿐만 아니라 혼자 놀기도 고수예요. 또 얼마나 긍정적이고 밝은지 보고만 있어도 에너지 충전이 된답니다. 결국 이렇게 자랑하면 끝이 없는 우리집 막내가 되어 우리는 7마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1년 뒤,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하게 털이 뭉친 채로 어느 날 나타나 예뻐지라고 이름 붙여준 ‘예쁜이’. 2-3살밖에 안 되었다는 아이가 1년 동안 밥과 약을 챙겨주었는데도 구내염이 나았다 안 좋아지기를 반복하더니 기력도 없어지고 심각해지는 상태에 구조를 결정했어요. 병원에 데려가 보니 힘든 길 생활에 간까지 커졌다는 아이를 전발치 후 도저히 다시 내보낼 수 없어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데려오기 전, 사람이 다가가면 총알처럼 튀어 도망가는 아이라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요, 수많은 걱정으로 보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예쁜이는 집에 오자마자 편안한 공간을 맘에 쏙 들어 했어요. 사람한테도 점점 마음의 문을 열더니 이젠 만져주면 자동으로 골골송을 부르는 애교쟁이가 되었답니다. 지금 우리는 심심할 겨를 없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8마리 가족입니다.
우리 아이들 만나러 인★그램에 놀러오세요. 삼대냥이랑 친구해요 :) @3gencats.love